2025. 4. 20. 11:15ㆍ브런치북 - 창작자를 위한 AI
1. 글은 전달하려는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포장지가 좋아야 독자들이 열어본다.
글을 쓸 때는 무슨 주제를 전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 포장해서 보여주느냐도 그에 준할만큼 중요하다.
글이라는건 마치 초콜릿과도 비슷해서 정보의 쌉쌀한 맛과 미사여구의 단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용한 정보만 때려박으면, 카카오 함량 99%의 초콜릿처럼 너무 쓰기만 해서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고, 반대로 그럴듯한 표현만 나열하고 알맹이가 없는 글은 설탕덩어리 같아서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를 생각해보자. 똑같은 개념을 배우더라도 빽빽한 글자로 가득한 교과서와 그림이 어우러진 과학만화 중 어느 쪽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까? 교과서의 내용이 더 정확할지라도, 우리 뇌는 이미지와 연결된 정보를 더 쉽게,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글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인 매체다. 컴퓨터가 사람의 자연어를 '010101110'과 같은 2진수로 변환해야 이해할 수 있듯이, 사람도 텍스트를 읽을 때 머릿속에서 이미지와 감각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글자라는 기호에서 의미를 추출하고, 그 의미를 우리의 경험과 연결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정보만 나열한 글보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유와 묘사가 풍부한 글이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자의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를 이해하면, 글쓰기에 대한 나의 양면적 접근법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건조한 정보 전달과 풍부한 문학적 표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모든 작가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연재하고 있는 글은 대체로 건조하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치중되어있지만, 사실 나는 원래 감수성 짙은 표현이 담긴 글을 브런치에 게제하기도 할 만큼 문학적 표현에도 애정이 깊다. 옛날에는 취미로 시도 썼고, 소설도 많이 시도했었다. 항상 미려한 표현에 신경썼고, 비유법과 의인화를 적극 활용해서 독자의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주는 풍성한 글을 엮어내려고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소설을 연재해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비유법과 의인화, 화려한 미사여구가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런 표현 기법들은 정보에 대한 흥미를 끌어주는 반면, 과하게 사용하면 정작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정보가 화려한 수사 속에 묻혀버릴 위험이 있다. 마치 요리에서 향신료를 너무 많이 넣으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전달하려는 내용이 선명하게 보이는 선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조미료 정도로 써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실용적인 글쓰기에서는 특히 이 균형이 중요하다.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등장하거나, 흥미를 잃기 쉬운 부분에서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사람들이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든다.
바로 그 지점에서 문학적 표현에 힘을 주어 글의 전체적인 품질을 높이는 것이 내 글쓰기 전략이다.

이전 화에서 글을 전체적으로 검수하는 방법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나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묘사와 비유표현등을 AI가 적절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도록 “AI 미믹”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한다.
2. GPT? Claude? 더 훌륭한 미믹은 뭘까?
ㄱ. 사람들이 잘 모를수도 있는 Claude라는 AI에 대하여
GPT 출시 이후에는 마치 AI 서비스들의 홍수 시대가 열린 듯했다. 거대 기업들은 저마다 자사의 AI 모델을 서둘러 출시했고, 그 중에서도 구글의 Gemini(전 Bard)는 한때 크게 삽질을 하며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각 모델들은 점차 상향평준화되는 추세다. 특히 최근의 Gemini는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대세'라는 타이틀은 GPT의 몫이다.
그런데 이런 AI 서비스들의 각축전 속에서도 Claude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CursorAI같은 코딩 도구에 Claude가 탑재되고, 선호도가 최고점을 찍으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GPT가 다양한 기능들을 앞세워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동안, Claude는 조용히 전문가들의 신뢰를 쌓아온 셈이다.
Claude는 GPT와 기술적인 간극을 좁히는 수준이 아니라 일부 영역에선 추월하면서 훌륭한 성능을 매번 뽐내왔다. 앞서 말한 '코딩'외에도 '글쓰기'. 특히 한국어의 문학적 표현에 대한 기능이 뛰어나다.

클로드의 글쓰기 성능을 GPT와 비교해보면 문학적 표현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구조화된 보고서나 정보전달에 탁월한 GPT는 마치 성실한 회사원처럼 깔끔하고 정돈된, 그러나 다소 건조한 문체를 사용한다.
반면 클로드는 마치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소설가처럼 언어의 결을 살리며 글을 짓는다. 정말 사람이 펜을 들고 쓴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위트가 넘치는 문체를 구사한다.
그것이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의 과격하고 필터 없는 말투라 할지라도 곧잘 따라하며, 감수성이 깊은 시인의 문체여도, 또는 광고나 마케팅 문구여도 문제없이 흉내낸다. GPT처럼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웹 검색을 하는 부가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Claude가 살아남은 것은 비단 코딩능력 하나 때문은 아닌 것이다.
ㄴ. Claude의 압도적인 표현력
나는 이걸 인스타그램 연재할 때 많이 활용해봤는데, 덕분에 동일한 상황에서 테스트해본 2가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침도 동일했고, 참고용으로 넣었던 대략 4-5만자 가량의 내가 직접 쓴 글 pdf 파일들까지 똑같은 조건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AI 그림 인스타그램(@underfoot_illusion)은 거의 모든 게시물에 그 상황에 대해 짤막한 소설을 지어서 함께 게재하곤 했는데, 비록 2-3문장의 짧은 내용이지만, 해당 이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흥미로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에야 인스타그램에는 글 내용이 아무리 길어봤자 조회수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관뒀지만, 이 덕분에 나는 프롬프트 사용법에 대해 굉장히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당시에 나는 프롬프트 지침에 ‘내가 참고용으로 넣은 글들을 참고해서 다양한 비유 표현과 의인화 기법, 흥미를 돋울 수 있으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의 이야기를 써줘’라는 내용을 아주 자세하고 길게 풀어서 썼었다.


같은 지침, 같은 이미지를 두고도 두 AI는 꽤나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양식이 정해져 있어서 고정멘트, 해시태그 같은 것들은 비슷비슷하게 나왔지만, 메인이 되는 Short Story부분의 내용은 각 AI의 판단하에 작성되었다.
우선 GPT는 “조용한 마법으로 가득했다", "마법의 속삭임을 간직하고", "놀라운 세계로"와 같은 평범하고, 추상적이며, 다소 진부한 묘사를 내놓았다. 그에 반해 Claude는 “별빛을 병에 담고 달빛으로 황금빛 엘릭서를 만든다", "이끼 낀 선반들이 귀 기울여 듣는 이들에게 오래된 비법을 속삭이는 그때에만"와 같이 시적이고 생생한 표현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처음에 이걸 봤을 때는 어안이 벙벙해서 말도 안 나왔다. “이끼 낀 선반들이 귀 기울여 듣는 이들에게 오래된 비법을 속삭이는 그때에만”이라니… 너무나도 시적이지 않은가? 비록 내가 자주 쓰던 표현들을 기반으로 재구성 했다지만, 내가 이런 시적인 표현을 창작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생각해보면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AI 엔진의 차이를 짚어보자면, GPT는 앞서 말했듯이 정보전달이나 구조화된 보고서를 적을 때와는 달리, 문학적인 묘사에 대해 꽤나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크린샷에서는 단편적인 예시 하나만 볼 수 있지만, 사실 다른 수십 번의 테스트 케이스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속삭임’, ‘마법의’, ‘영원한’, ‘놀라운’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와서 나를 답답해 미치게 했었다. 독창성 없이 그저 자주 쓰이는 단어를 가져와서 활용하거나, 이미지에 있는 상황에 대한 묘사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클로드 결과물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인 표현을 잘 만들어냈다. 공감각적 심상이나 상황 묘사, 그리고 의인화까지.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가 직접 썼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표현들이 계속 나와줬다. 가끔은 상황에 안맞게 쌩뚱맞은 비유가 나오는 오류도 발생했지만, 그래도 GPT보다 전반적인 묘사력에서 훨씬 우월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3. Claude를 활용해서 나만의 AI미믹을 만드는 법.
앞서 소개한 예시를 바탕으로 이제 구체적인 팁과 실험 결과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먼저 AI에게 내 말투를 어떻게 학습시키고, 지침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한 예시다. 다음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지침인데, 주로 에세이나 소설 등을 첨삭할 때 사용하곤 한다. 이런 작업을 할 때는 되도록 자신이 직접 쓴 글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림에 '그림체'가 있듯이, 글도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ㄱ. AI와 대화하며, 내 글을 첨삭해줄 수 있는 지침만들기.
지침을 만들 때는 다양한 요령이 있지만,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GPT(혹은 Claude)와 대화를 나누면서 추가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내가 쓰는 글을 첨삭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고 싶어”등으로 운을 띄운 뒤, 필요한 것들을 계속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면서 보강한다.
“수정된 글은 볼드체로 강조해서 보여줬으면 좋겠어”
“내 문체를 참고하되,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했으면 해”
“중복된 내용이 있다면 제거하고, 어떤 내용을 제거했는지, 그리고 왜 제거했는지 알려줘”
등등의 내용을 추가해가면서 쭉 이어나간다.
그 다음 대화가 충분히 이어졌고,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말했다 싶으면 GPT의 o1이나 Claude의 ‘심층 사고 모드’를 켜서 “지금까지의 대화를 모두 참고해서 내가 글을 첨삭할 때 사용할만한 지침을 만들어줘. AI에게 친숙한 json 양식으로 제공해줘”라고 말하면 다음과 같이 상세한 지침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라는 기능에 해당 지침을 삽입하고(GPT와 Claude 모두 동일하게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자신이 그동안 작성 해왔던 글의 PDF나 TXT, DOCX 등의 파일을 삽입한다. 굳이 몇 자여야한다는 제약은 없지만, AI가 충분히 자신의 말투를 모방할 수 있을만한 충분한 텍스트양이 제공될수록 좋다. 텍스트의 양이 너무 적거나 참고할 특징이 부족하면 AI가 특정 비유 표현만 반복하는 오류를 보이기도 한다.
본인이 제공한 텍스트의 양이 충분(첨부한 파일을 해독하는데도 토큰이라는 AI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10만자 이내가 좋은듯 하다)하고, 글의 개성이 잘 녹아 있으며, 지침이 성공적으로 작성 되었다면 당신의 조수는 미믹이 의태하듯, 당신의 문체를 따라하며 글을 맛깔나게 꾸며줄 것이다.
충분한 양의 텍스트와 개성 있는 글, 그리고 잘 작성된 지침등의 모든 준비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AI는 마치 미믹처럼 당신의 문체를 흡수하여 글을 맛깔나게 꾸며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이전에 쓰던 단편소설에서 주인공이 의자를 손으로 짚으며 일어나다가 '삐걱'하는 소리가 나는 상황을 묘사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첨삭하는 과정에서 Claude가 "의자는 A에게 항의하듯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라는 의인화 표현을 사용해서 매우 놀란적이 있었다. 내가 사용한 수많은 표현이 기초가 되었지만, 글의 문맥과 상황에 맞춰 Claude가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다.
ㄴ. GPT와 Claude 중 누굴 써야할지 고민이 되신다면?
두번째로 소개할 내용은 GPT와 Claude 사이에서 망설이는 분들을 위한 추가 테스트 자료다. 앞서서 보여드린 자료도 있지만, 그 자료 자체가 너무 과거자료였기도 하고, 최근에 GPT에는 GPT 4.5를 발표했고, Claude에서는 3.5 sonnet이 3.7 sonnet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성능비교를 한 번 해보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완전히 동일한 조건 하에 두 모델을 한 번 비교해보았다.


첨부한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직접 작성한 3개의 글을 동일하게 넣었고, 지침도 완전히 동일하게 작성했다. 참고로 지침 작성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으며, 내가 쓰고 싶은 내용에 대해 먼저 말한 뒤에 마지막으로 “json형태의 지침으로 완성시켜달라”고 요청한 결과를 사용했다.




각 모델들을 비교해보자면, 우선 크게 GPT와 Claude간의 차이가 먼저 엿보일 것이다. GPT는 4o와 4.5 모두 상황에 대한 묘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문학적인 표현보다는 비문학적이고 구조적인 표현에 능한 GPT의 특성상 이미지에 드러나는 상황을 최대한 묘사하는데 치중된 모양이다. 막상 문학적인 묘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비유나 공감각적 심상을 활용하는 것 보다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얼버무리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그래도 4.5는 4o보다는 괜찮은 것이, “햇살 한 줄기가 조심스레 창을 넘어 들어와”, “외로운 오후를 달래주었다”, “모험들이 물줄기를 따라 살아났다” 같은 식으로 사물에게 감정을 불어넣는 표현이 추가되었다.
Claude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GPT보다 더욱 더 풍부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5 sonnet의 경우 “금붕어들이 우주선처럼 유영”, “햇살은 그들의 비늘이 별빛을 수놓았다”, “시간은 폭포수처럼 한 페이지씩 쏟아져 내렸다”, “푸른 지혜의 물결”등 비유와 공감각적 표현, 사물에게 감정 불어넣기 등이 거의 글쓰기 차력쇼 수준으로 넘쳐흐른다.
3.7 sonnet도 테스트해보았지만, 사실 3.5와 큰 차이는 없어보인다. 개인 호불호의 영역이랄까?사실 이번 실험 외에도 다른 글들로 여러번 테스트해보았지만, 3.5 sonnet에 비해서 3.7 sonnet이 나아진 점은 한번에 입력 및 출력 할 수 있는 텍스트의 양이 훨씬 많아진 것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이정도도 감지덕지이긴 하다. 꽤 오랫동안 Claude는 답변을 2000자 이상의 긴 텍스트로 작성하지 못해서 답변의 일부만 내놓은 뒤, "다음에 이어서 답변할까요?"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아무튼 이 실험결과를 토대로 글을 조금 더 맛깔나게 쓰고 싶고, 자신의 개성이 담긴 매력적인 표현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살려내고 싶다면, 내가 소개한 AI 미믹 만드는 법을 통해서 시도해보길 바란다. AI모델 선택은 자유지만, 확실한건 아직은 Claude가 내 체감상 가장 괜찮은 묘사력을 지녔다는 것.
4. AI가 내 문체를 따라하는게 부끄럽다? 만화가와 어시스턴트를 떠올려보자.
글이라는 매체는 참으로 신비롭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그 속에 작가의 숨결과 개성이 녹아있을 때 비로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는다. 서론에서 이야기했듯, 글은 마치 초콜릿처럼 정보의 쌉쌀한 맛과 표현의 달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작가의 고유한 표현력과 문체가, 써서 삼키기 힘든 정보와 주제의식을 잘 감싸줄 때, 독자가 삼키기 좋은 글이 탄생하는 거다.
우리가 흔히 '말맛'이라고 부르는 글의 질감은 작가가 오랜 시간 글을 갈고닦으며 형성한 소중한 자산이다. 마치 도공이 흙을 다루는 손끝의 감각을 수년간 단련하듯, 작가도 문장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감각을 발전시켜 본인만의 개성을 다듬어나간다.
그런데 현대 사회의 빠른 템포는 때로 이런 공들인 작업을 포기하게 만든다. 정보전달이 중요하니 그저 건조하게 사실만 나열하자는 유혹, 혹은 시간이 부족하니 개성표출은 잠시 뒤로 미루자는 합리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이제 AI라는 새로운 동반자가 등장했다.
이 동반자는 마치 만화가의 어시스턴트처럼, 원작자의 화풍을 존중하며 그 선 위에서 작업을 돕는다. 만화계에서 성공한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그림체를 따라그릴 수 있는 숙련된 어시스턴트들이 있다. 그들은 주요 캐릭터가 아닌 배경이나 보조 캐릭터들을 그리면서 만화가의 작업량을 덜어주지만, 독자들은 그것이 어시스턴트의 손에서 나왔는지 본작가의 손에서 나왔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만큼 화풍의 일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에서도 아트디렉터는 전체적인 비주얼 톤과 방향성을 결정하고, 다른 원화가들은 그 틀 안에서 작업한다. 프로그래밍 세계에서도 코딩 컨벤션이라는 규칙을 따라 코드를 작성하지 않으면, 수십 명의 개발자가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버린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제 AI는 당신의 '말맛'을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이는 결코 창작의 책임을 AI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 그동안 공들여 형성해온 글쓰기 스타일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조력자를 얻은 것이다.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방향성은 여전히 당신의 몫이지만, 그것을 당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로 빚어내는 과정에서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언어의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을 골라내듯, 작가도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 구조와 어휘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제 AI는 당신이 과거에 선택했던 그 패턴을 학습하여, 당신의 또 다른 자아처럼 글을 다듬는 데 도움을 준다. 이것은 마치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편집자가 "이 부분은 좀 더 너답게 써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AI를 활용한 글쓰기는 자신만의 개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개성을 더 일관되게, 더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새로운 방식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AI는 그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단순한 정보 이상의 가치를 지니길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제 AI라는 어시스턴트와 함께 그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글이 갖고 있는 그 특별한 맛, 그 독특한 향기를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 있다.
브런치북 - 창작자를 위한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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