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9. 20:02ㆍ연구/AI
며칠 전 클로드에게 첨삭을 맡기려다가 실수를 했다.
원래 하려던거는 "AI로 글자수를 "정확히" 세는 법"이라는 글을 대충 써놓고 첫 문단과 두번째 문단을 자연스럽게 이어달라는 단순한 부탁이었다.
https://kezilac.tistory.com/24
실험일지 - AI로 글자수를 "정확히" 세는 법
문서를 작성하다보면 글자수를 세야 하는 일이 꽤 많다. 자소서를 쓸 때도 필요하고, 특정 SNS사이트는 글자수를 엄격히 200자, 500자 등으로 제한한다. 나도 인스타그램에서 AI 그림채널을 운영한
kezilac.tistory.com
그런데 실수로 요청사항이되는 원문을 붙여넣기 전에 엔터를 쳐 버렸다. 마치 빈 도화지에 '네가 알아서 그려봐'라고 한 격이었다.
그것도 모른채 다른 작업을 잠시 하다가 돌아왔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장문의 에세이가 쓰여 있었다.
분노에 물든 사회, 그 사회로부터 나를 격리시켜 보호하려 한다는 내용의 에세이...?
난 출력된 장문의 글을 읽어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주제가 하필이면 강렬한 어조로 쓰인 글이어서 더욱 놀라웠던 것 같다.
분노가 넘치는 사회, 그 분노를 참지 않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그걸 퍼뜨리는 SNS. 이러한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뉘앙스의 글...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1982년 트론에 나오는 MCP(Master Control Program)라니? 난 트론에 MCP라는 단어가 쓰이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ㅋㅋ.. 난 Model Context Protocol을 말한건데...
아무튼 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분노의 흐름과 나를 격리시키기 위해 스스로 통제 시스템을 만들고,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는 내용이라...
마치 내 머릿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생각이 표출된 것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래도 내가 정말 전혀 쓴 적이 없는 글인지라 흥미로워서 원인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무슨 설정 때문에 저런 글이 쓰여졌을까?
나는 내가 쓴 글을 첨삭하기 위해 나만의 말투를 따라할 수 있는 봇을 Claude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쓰고 있다.
판타지 게임에서 종종 나오는 의태형 몬스터 미믹처럼 내가 하는 말투와 작법을 흉내내는 녀석이다. 아무래도 빠르게 글을 쓰다보면 놓치는 디테일이 많은데, 문장이 복잡하면 가독성이 좋아지도록 조금 다듬어주는 그런 녀석이다.
나를 따라하게하려면 내가 쓴 글이 필요하고, 그래서 예전에써 놓은 글들을 몇 개 첨부해놨는데, 이 녀석이 거기서 영감을 받아 창작의 나래를 편 모양이다.
실제로 관련있는 문장을 찾아보자면, '영화는 영화관에서'라는 글에서 내가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 위해 영화관에 간다고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번아웃, 열정의 한계수량'이라는 글에서는 사회생활의 고된 풍파로부터 여행을 떠나 스스로를 격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트론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SNS상에서 표출되는 분노와 관련된 내용은 딱히 쓴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부터는 Claude의 창작이 들어간 것 같다.
아무튼 단서도 없이 저런 풍부한 글을 써낸 Claude덕분에 난 상상도 못했던 에세이 하나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설정한 지침 (문학작가 A가 초안을 쓰면 문학교수 B가 꼼꼼히 검토하고 점수까지 매기는 일종의 문학 워크숍 같은 구조) 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AI가 스스로 글을 쓰고 또 다른 AI가 그 글을 첨삭하는 과정이 마치 작은 문예창작 교실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가끔은 이렇게 단서 없이 글을 써보라고해서 새로운 글감을 발견하는 것도 소재고갈을 막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연구 > A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험일지 - AI로 글자수를 "정확히" 세는 법 (5) | 2025.05.16 |
---|---|
실험일지 - AI검색할 때 뭘 사용할까? (0) | 2025.05.07 |
실험일지 - Claude에 드디어 웹검색이 추가되었다! (3) | 2025.05.03 |
실험일지 - GPT-4o와 o1의 숨겨진(?) 컨텍스트량 차이 (1) | 2025.04.25 |
Monday의 말투를 따라하는 토론봇을 만들어보았다. (0)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