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4. 18:11ㆍ연구/노션
나는 대략 21년쯤부터 노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회사에서 기획 문서를 전달받는 용도로만 사용했기에, 내가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 22년 퇴사 후, 친구가 노션으로 삶의 거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편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나에게는 기록을 위한 마땅한 통합 도구가 없었다. 노트 필기는 에버노트에, 간단한 문서 작업은 구글 시트나 구글 독스를 이용하는 식이었다. 한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직업상 쓸 일이 없어 10년 넘게 컴퓨터에 설치조차 하지 않았다. 이렇게 흩어져 있던 작업들을 노션이라는 하나의 도구 안에서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노션의 핵심 기능인 데이터베이스를 몰랐다. 대부분의 입문자들처럼 페이지 안에 또 다른 페이지를 만드는 파일 트리 방식으로 정보를 분류했다. 사실 이런 식의 정리는 에버노트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유튜브 영상이나 구글 시트 같은 외부 콘텐츠를 페이지 안에 임베딩으로 직접 넣을 수 있다는 점, 토글 버튼으로 내용을 깔끔하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혁신적이고 쓸모 있다고 느꼈다.
이 시기는 노션의 잠재력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과도기였다. 가볍게 일기나 메모를 기록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그러던 중, 앞서 말했던 노션을 잘 활용하던 친구 덕분에 데이터베이스 기능에 눈을 뜨게 되었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면 정보를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나중에 검색과 색인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때마침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에버노트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었다. 업데이트는 지지부진했고 더 이상의 발전이 보이지 않아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저 층층이 쌓여만가는 트리구조의 에버노트는 오래된 문서를 재활용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문서 내부에서 정보들을 처리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내 모든 필기를 전부 다 노션으로 옮기기로...
대학생 시절의 필기부터 일기, 틈틈이 적어둔 글감까지, 에버노트에는 거의 900개나 되는 나의 기록들이 쌓여 있었다(물론 1~2줄짜리 메모도 많았지만). 이 방대한 자료를 노션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정말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900개 가량의 글을 하나하나 직접 옮겼다.
소설을 쓰려고 모아둔 2-300개의 글감과 500개 가량의 일기 등을 모두 옮겨담으면서, 나라는 사람의 족적을 드디어 분산하지 않고 한 군데 전부 모아둘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다.
데이터베이스는 다양한 속성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서 다양한 기준으로 문서들을 정리할 수도 있었다. 사용목적에 따라서 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보기 형식도 매력있었고, 관계형을 통해서 특정 문서 한개와 다른 여러개의 문서를 짝 지어줄 수도 있었다. 내가 써왔던 다양한 글감들을 한 프로젝트에 집중된 소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나의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관심사가 유독 많아 여러 분야의 지식을 배우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노션은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비전공 분야처럼 한번 보고 잊어버리기 쉬운 지식들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두니,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고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솔직히 윈도우 포맷하는법 같은거... 머릿속에 외워두기엔 너무 번거로운 잡지식인데 그걸 기록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니 너무 편리하지 않은가?
점점 노션 활용에 익숙해지면서, 좀 더 체계적인 데이터 구조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을 넘어, 어떻게 데이터베이스를 구조화해야 여러 페이지에서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구조 설계 경험이 전무했던 내게는 꽤나 어려운 과제였다. 데이터 연결 구조를 머릿속으로만 그리기 어려워, 아이패드에 직접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최대한 자연스럽고 확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고 애썼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템플릿을 구매해서 뜯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담아야 했기에 직접 부딪혀보는 쪽을 택했다. 이 과정 자체가 내게는 흥미로운 공부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쓰는 모든 글, 메모, 학습 내용들을 담아내면서도 각 페이지가 너무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과 시도 끝에 지금껏 잘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노션 페이지와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아는 것이 더 많아졌기에 조만간 한번 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겠지만, 지난 2년간 이 시스템 덕분에 업무 처리나 아이디어 정리 등을 꽤 효율적으로 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끝을 내자면, 노션은 단언컨데 지금까지 써 온 노트앱 중에서 가장 맘에 든다. 클라우드서비스, 데이터베이스, 임베딩 등등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달까? 그리고 앞으로 노션과 관련된 포스팅들을 계속 올릴 예정이다. 사실 내가 AI쟁이가 된 것에도 노션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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